"웬 과일가게에 100만원을 투자?"…계좌 여니 10억 '충격' [백수전의 '테슬람이 간다']

입력 2023-01-14 07:00   수정 2023-02-11 00:02


“중위님이 내 돈을 관리해줬어요. 무슨 과일 회사에 투자했는데, 우린 이제 돈 걱정 할 필요가 없다더군요”

여기 한 베트남전 참전 용사가 있습니다. 그는 지능이 약간 모자랐고 다리가 불편했지만, 누구보다 우직하고 성실했습니다. 총알이 빗발치는 전장에서 죽어가던 전우들을 업고 뛰었습니다. 그는 무공훈장을 받았고 TV에 출연하며 일약 영웅이 됐습니다. 그의 품에서 죽은 절친의 꿈을 잇기 위해 새우잡이 배를 사고 사업을 시작합니다. 동업에 나선 전우는 그렇게 번 돈을 이 회사에 투자했습니다. 바로 스티브 잡스의 ‘애플 컴퓨터’였습니다.

배우 톰 행크스가 주연한 영화 ‘포레스트 검프’(1994) 속 이 장면은 지금까지도 많은 투자자에게 회자하고 있습니다. ‘검프처럼 1980년대 애플 주식에 투자했다면’이란 상상은 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 고스란히 담겨있기도 합니다.


애플 40년 수익률 9만6500%
애플은 1980년 12월 12일 미국 증시에 상장했습니다. 상장 첫날 시가총액 22억달러(약 2조7300억원)를 기록합니다. 40여년이 흐른 지금 애플의 기업가치는 2조1200억달러(12일 종가 기준·약 2627조원)로 무려 9만6500% 증가했습니다. 미국 기업 시가총액 1위입니다. 이 당시 애플에 100만원을 투자했다면 현재 9억6400만원으로 불어났다는 얘기입니다. 당시와 현재 돈 가치 차이를 감안해도 막대한 수익률입니다.

40년의 투자 기간이 터무니없다면, ‘포레스트 검프’가 개봉한 1994년 10월로 시계를 돌려도 결과는 나쁘지 않습니다. 28여년간 애플 주가는 3만5200% 올랐습니다. 이 영화에 감동해 주식을 샀다고 해도 전혀 늦지 않았습니다. 잡스가 세계 최초 스마트폰 아이폰을 공개한 2007년 1월은 어떨까요. 이때 잡스의 발표를 보고 투자 결심을 했더라도 4460%의 성과를 올렸습니다. ‘가치 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도 2016년에서야 애플에 투자했습니다.

물론 결과론적인 이야기입니다. 20~30년 전 애플이 현재의 시가총액 1위 초강력 글로벌 기업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극소수일 것입니다. 심지어 2011년 잡스 사후엔 ‘애플은 끝났다’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애플처럼 수십 년에 걸쳐 꾸준히 성장하는 ‘위대한 기업’을 알아볼 방법이 있다고 말한 이가 있습니다. 바로 ‘성장주의 아버지’ 필립 피셔(1907~2004)입니다. 그는 1950년대 처음으로 성장주(growth stocks)라는 개념을 소개해 월가의 투자 흐름을 바꿨습니다.


피셔의 ‘위대한 기업’과 애플
피셔는 1958년 펴낸 저서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를 통해 투자할 가치가 있는 기업을 찾기 위해선 15가지 포인트<지난 7일 자 <strong style="color:inherit">(1) ‘성장주의 아버지’ 필립 피셔 편 참조>를 체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무엇보다 기업의 질(quality)을 중시했습니다. 그리고 장기간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우량 기업을 찾으려 애썼습니다.

“역사적으로 최고의 수익을 올린 투자자는 오랜 기간 매출과 순이익이 전체 산업 평균보다 훨씬 높게 성장한 소수의 기업을 찾아내 보유한 사람들이었다. 이런 종목이 설립 초기의 작은 기업들만은 아니다”

피셔가 투자한 대표적 종목 중 하나는 모토로라입니다. 그는 1955년 이 기업을 발굴해 2004년 죽을 때까지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50년에 걸친 그의 모토로라 수익률은 무려 25만%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피셔의 15가지 포인트를 고려하면 애플은 현재 가장 잘 들어맞는 기업으로 보입니다. 수십 년간 성장을 이뤘고 꾸준히 자사주 매입을 하는 등 주주 친화적입니다. CEO인 팀 쿡은 큰 잡음 없이 십여년 넘게 안정적으로 회사를 이끌고 있습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애플의 미래 성장동력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합니다. 무엇보다 아이폰 매출 비중이 50%에 달합니다. 에어팟, 애플워치 등 iOS를 기반으로 거대한 애플 디바이스 생태계를 구축했지만, 아이폰이 흔들리면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말만 무성한 애플카는 몇 년째 프로젝트가 밀리고 있습니다.


‘차세대 애플’은 테슬라?
테슬라는 코로나19 시대 부상한 성장주입니다. 2020년 3월 이후 반등장에서 주가가 폭발적으로 오르자 전 세계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습니다. 테슬라에 광적인 팬인 ‘테슬람’이란 단어도 이때 등장했습니다. 치솟는 주가에 한때 주가수익비율(PER)이 1000배를 웃돌기도 했습니다.

테슬라의 높은 주가를 정당화하기 위해 나온 논리가 바로 ‘차세대 애플’입니다. 애플은 아이폰을 앞세워 모바일 혁명을 이끌었고 퀀텀 점프에 성공했습니다. 테슬라 역시 전기차 기업을 넘어 로보택시, 에너지, 인공지능(AI)로 무장한 모빌리티 플랫폼이 되면 시가총액 1위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자율주행과 인간형 로봇 등 사업이 성공하면 그 가치는 무한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이는 피셔가 위대한 기업의 조건으로 강조한 ‘향후 매출액이 상당히 늘어날 잠재력을 가진 제품’ ‘추가로 매출을 늘릴 수 있는 신기술 개발’ 등에 해당합니다. 그는 기업 연구개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한 기업이 프로젝트를 시작해 이익으로 반영될 성과를 얻기까지 통상 7~11년이 걸린다. 재정적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신상품과 신형 기계장치의 도입은 변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수천개 기업의 시장을 잠식할 것이다.”


‘주가에 이미 반영됐을 것’이란 착각
월가 일부 애널리스트나 공매도 세력은 이러한 주장을 ‘허황된 꿈’이라고 비판합니다. 한해 고작 130만대가량 파는 자동차 회사의 시총이 도요타, GM, 포드 등 기존 완성차 회사를 합친 것보다 많은 것은 지나친 고평가라는 논리입니다. 이들은 설사 테슬라가 향후 글로벌 자동차 1등 기업이 된다고 하더라도 이미 현 주가에 미래가치가 다 반영됐다고 보고 있습니다. 현재 테슬라의 PER은 39배 수준입니다. 반면 경쟁사인 도요타는 10배, GM 6.5배, 포드 6배에 불과합니다. S&P500 기업 평균은 20.7배입니다.

피셔의 생각은 어떨까요. 그는 이 문제에 대해 A라는 가상의 우량 기업을 예로 들었습니다. A사는 매출과 순이익이 모두 증가세이고 강력한 성장을 뒷받침할 신제품을 개발 중입니다. 이 회사의 주가는 순이익의 20~30배로 다우존스 지수 평균 주가수익비율의 두 배 수준입니다. A사는 5년 내 순이익이 두 배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대부분의 투자자는 ‘A사의 주가는 고평가이며 5년 뒤 미래 순이익 증가를 이미 반영하고 있다’고 판단합니다.



피셔는 이러한 판단이 실수라고 지적합니다. “A사가 꾸준히 성장하는 기업이라면 훌륭한 경영진은 5년 후에도 순이익을 지속해서 늘려줄 또 다른 신제품을 내놓을 것이다. 그렇다면 A사의 주가는 5년 뒤에도 다른 평균적인 기업들에 비해 PER이 두 배 더 높지 않을 이유가 없다. 위대한 기업의 PER은 미래의 순이익을 할인해서 판단할 수 없다!”

피셔는 이를 성공한 친구로도 예를 들었습니다. “당신이 두 친구 중 한 명에게 투자한다고 치자. 크게 성공한 친구는 이미 성공할 만큼 했으며, 평범한 친구는 여전히 성공할 가능성이 있기에 후자에 투자한다는 것만큼 우스운 얘기가 있는가?”


그 기업의 본질은 무엇인가
테슬라가 피셔가 평생을 두고 찾았던 ‘위대한 기업’일지는 아직 모릅니다. 피셔의 주장대로 머스크와 경영진이 회사를 어떻게 이끌어가느냐에 달린 일입니다. 머스크가 그토록 공언했던 자율주행 전쟁에서 승리한다면 시가총액 1위 기업이 꿈만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그 전까진 투자자들이 냉정한 눈으로 회사의 상황을 체크하고 공부할 수밖에 없습니다. 피셔는 “투자 실수를 했는데도, 자신이 틀렸다고 인정하지 못하면 치명적 손실을 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쉽지 않은 일입니다.

“누군가는 나의 성장주 발굴법에 이의를 제기할 것이다. 개인투자자가 고작 종목 하나 찾는데 그렇게 많은 시간을 투입하느냐고, 전문가에게 물어보면 될 일 아니냐고 말이다. 성장주를 정확히 선정하면 1만달러를 10년 뒤 15만달러로 불릴 수 있다. 소파에 편히 앉아 공짜 리포트를 읽는 정도로 이런 보상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어떤 증권사 직원이 이런 종목을 찍어주겠는가?”

피셔는 마지막으로 투자자들에게 당부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해당 기업의 본질이 무엇인지 철저히 파악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향후 몇 년 동안 기대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 주식 시장에서 큰돈을 벌기 위해선 인내가 필요하다. 내가 책을 쓴 결정적인 동기다.”

→3편에 계속

▶‘테슬람이 간다’는
2020년대 ‘모빌리티 혁명’을 이끌어갈 테슬라의 뒷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최고의 ‘비저너리 CEO’로 평가받는 일론 머스크도 큰 탐구 대상입니다. 국내외 테슬라 유튜버 및 트위터 사용자들의 소식과 이슈에 대해 소개합니다. 아래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면 매주 기사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백수전 기자 jerr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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